정책 지수가 정치 지수보다 훨씬 중요하다
정책 지수가 정치 지수보다 훨씬 중요하다
  • 강북땡큐뉴스
  • 승인 2018.10.2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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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상민 sangminusa6633@gmail.com

아버지에게서 받은 100개의 편지

이기적 국민

디테일을 잡아야 성공이 보인다

 

정치에는 혁명이 있을 수 있지만, 경제에는 혁명이 있을 수 없다. 경제원칙 제 1조는 이 세상의 공짜는 없다라는 사실이다.”

많은 국민들이 경제를 걱정한다. 일자리가 줄면서 소득이 감소하니 생계 걱정에 한숨짓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길거리에 임대를 써 붙인 가게들이 나날이 많아진다.

최근에는 한국경제가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미국의 금리인상, 미국-중국간 무역분쟁, 자영업자와 한계기업의 부실화 등이 겹치면서 과거 외환위기 이상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이러한 위기가 오지 않도록 기도하고, 정부가 경제를 잘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다만 국민들은 정부만 바라보지 말고 개인적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지혜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위기 대처가 쉬워질 테니. 경제 지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 글 첫머리에 쓰인 문장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경제 현안을 살펴야한다. 여기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금리, 최저임금, 52시간제에 대해 생각해보자.

올 들어 강남 집값이 오르자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11개월째 금리인상을 미뤘다. 왜 한은은 그런 판단을 내렸을까.

서울 강남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층이 사는 지역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강남 아파트를 산 사람의 80%는 대출 한 푼 받지 않았다. 금리가 오르든 말든 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반면 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중산층이나 젊은 부부들이 이자폭탄을 맞을 수 있다. 가뜩이나 사업이 안 돼 은행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과 자영업자, 저소득층은 금리인상은 곧 악몽이다. 경제 체력이 약하고 고용 쇼크가 불어 닥쳤기 때문에 한국은행으로서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리지 못한 것이다.

금리에 대한 착각중 하나는 금융기관의 약탈을 막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 서민들이 좋아진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현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췄다. 그랬더니 대부업체 신규대출자가 10만 명이 줄었다.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저신용자 10명 중 9명은 대부업체에서마저 퇴짜를 맞았다. 이들 저신용자들은 금리를 따질 여유도 없이 당장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대부업체를 가지 못한 사람들은 어디에 가서 돈을 구했을까? 바로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그들의 삶은 엉망이 된다. 대부금융협회에 접수되는 불법 사채 피해 민원 건수는 2015262, 2016310, 지난해 622건 등으로 늘었으며 올해 들어 8월까지 접수된 민원도 372건에 달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논란이 많은데, 실제로 그 직격탄은 자영업자와 서민들에게 날아갔다. 예컨대, 한국 노동인구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집단은 연 소득 2~4천만 원을 버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시급으로 1만 원 이상이기에 막연히 최저임금 올려주면 좋지라고 생각한다. 반면 연 소득이 2천만 원 이하인 사람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이거나 영세사업자로서 최저임금 인상의 변화에 그대로 노출된다. 별다른 재주나 지식이 없으므로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을 맞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통계를 보면 매장 직원이 41천명, 제조 관련 단순 업무종사자 분야에서 3만 명의 고용이 줄었는데 대체로 최저임금의 영향권 안에 드는 사람들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히 주장하는 민노총의 경우 조합원들이 대부분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소속이어서 최저임금 영향이 거의 없다.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높이다보니 수많은 범법자를 양산하는 법이 되는 측면이 있다. 통계청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의 숫자는 2016년에 266만 명, 즉 전체 임금 근로자의 13.6%에 달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가파르게 올라갔기 때문에 무려 400만 명 가량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월급을 주지 못하는 사업주는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부작용을 감안해 업종이나 지역별로 생계비, 노동 강도, 지급 능력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한국은 차별은 안된다는 논리에 막혀 현실에서 지키기 힘든 법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52시간제 도입은 저녁 있는 삶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결과는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근무시간이 줄면서 임금이 감소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직장인에게는 쉬는 시간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쉬는 시간동안 일이 쌓이니 즐거운 저녁이 아니라 마음이 불안한 저녁이 됐다. 특히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일하는 업종,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상품개발이나 연구개발 분야 등에서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사람마다 물려받은 재산이나 능력 등이 천차만별이다. 머리 돈 외모 인맥 등 아무 것도 없는 사람에게 유일하게 공평한 자산이 시간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진 게 없는 저소득층은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하루 빨리 재산을 늘리고 싶은데, 52시간제는 그러한 사람의 노력을 막는 측면이 있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많은 국민들이 정치에 많은 관심을 두면서 정치 지수는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하지만 정작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책이다. 정치는 갈등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책은 당연히 문제해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예컨대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의 삶에 끼치는 영향 등에 대한 공부와 고민이 있어야 한다. 나라 발전과 민생 향상에 중요한 것은 정치 지수가 아니라 정책 지수이다. 정치는 의도가 좋으면 결과도 좋을 수 있다. 반면 경제를 비롯한 정책은 결과가 좋아야 진짜 훌륭한 정책이며, 의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정책에 대한 지혜를 갖고 정권의 공과를 평가해야 나라가 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국민들이 정치에만 매몰돼 있으면 개인적으로 경제를 모르는 까막눈이 되고 나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민생은 엉망진창이 된다. 과연 나의 정책 점수는 얼마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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