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보이차
  • 강북땡큐뉴스
  • 승인 2018.10.17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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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홍성남 시인

 

네 너를 다관에 초대하여

열뜸의 인내로 우려 낸 후

혀끝으로 말아 돌려

놓지 않으려는 아쉬움은

닭벼슬 같은 진자주빛깔

목젖 간질일까 두려워서이다

 

먼 길 돌고 돌아 온 보이차

이불 밑 파고드는 임의 손길로 다가와

내 입술 몽창 훔치고

내 목젖 움푹 들어내며

내 입속 단 뒷맛에 절여

내 영혼 단숨에 헝큰다

 

널 제다한 운남성 차인

보고 잡고 그리운 건

널 보낸 탓 보다 따져 물어

헝클어진 내 영혼 도로 찾고

몽창 도둑맞아 단번에 잃은

내 입술과 목젖 가져와

널 물상의 임으로 맞고 싶어서다

 

어제는 버섯 같은 고타자

오늘은 둥근 모양의 병차

내일은 직사각 형태의 전차

모레는 사발 엎어 놓은 듯한 타차

임과 함께는 초콜릿처럼 작은 소타차

거듭거듭 마셔도 진자주빛깔

못 잊는 건 다정도 병일게다

 

붉은색 도는 갈색 잎의 하얀색

오래 묶은 향 진자주빛깔로 피어

순하고 깊은 뒷맛으로

늘들어지게 앉은 찻상의 임과 다우들

몰래몰래 훔치는 널 보며

내 먼저 네 향기에 취해

둥글레한 병차 이불 삼아 잠들며

내 임과 다우들 지켜낸다

 

한때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보이차가 요즘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듯하다. 잘 나가던 재벌이 마시던 차라면서 관심을 보이더니 그가 시들해지면서 뒷방물림 되는 듯 했지만 넓어지는 평수의 뱃살 숨기고픈 사람들이 그를 다시 부른 것 같다. 보이차 우려 내 놓으면 차향과 뒷맛보다는 다이어트를 먼저 말한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보이차는 우리에게 좋은 벗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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