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디로 갔나요?
당신은 어디로 갔나요?
  • 강북땡큐뉴스
  • 승인 2018.06.21 2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설가 이기윤의 사처곡(思妻曲)

2018612일 새벽 43. 강북삼성병원에 발 딛은 것을 끝으로 당신은 내 곁을 떠났습니다. 이 세상도 떠났습니다. 그동안 걸치고 있던 육체를 훌훌 벗어 내게 맡기고.

인간의 마지막 자유는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라 했던가요? 나는 곁에 있었음에도 어디로 가시는가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어디로 갔을까요.

산다는 것은 기억 못하는 시작과 알 수 없는 끝을 엮어가는 이야기라는 말이 오늘처럼 실감 있는 날은 처음입니다.

당신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게 되자 문득 당신이 예전에 어디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생명이 한층 더 신비해집니다. 대체 생명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 걸까요. 규칙적인 형태가 살아있듯 움직인다고 해서 다 생명이 아닙니다. 구름처럼 형태가 분명해도 생명이 없는 것은 곧 사라지고 무질서가 지배합니다.

생명은 시간에 저항하면서 지속되는 형태입니다. 또한 생명은, 질서 있는 모든 것은 무질서를 지향한다는 보편적인 법칙을 정 반대로 거스르는 형태입니다. 그 형태를 이루는 물질이 끊임없이 재생됨에도 자신의 형태를 똑 같이 계속 유지합니다.

우리 몸이나 장기, 글을 쓰는 손도 태어난 이래 계속해서 세포를 교체해 왔습니다. 매 시간 우리 몸의 수십억 개 세포가 죽고 새로 생긴 것이 대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나입니다. 강을 흐르는 물은 달라져도 강은 강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것이 생명입니다. 물질이 우리 존재를 이루는 게 아니라 물질이 바뀌어도 남아있는 형태가 우리 존재입니다. 정리하면 생명은 시간의 늪에 굽이굽이 흔적을 남기는 강이요, 자신의 움직임을 계속 유지하려는 소용돌이 같습니다.

사라진 것들, 잃어버린 것들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낡은 일기장 속의 이야기, 입었다 버린 체취 스민 옷이며 잘려나간 머리카락, 수없이 깎아 버린 손톱 발톱 등등 내 몸을 스치거나 떨어져 나간 것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버렸거나 잊었거나 해서 사라진 것들 다 어디로 갔을까요. 뼛속에 사무친 그리움이며 눈물이며 후회들은 또 다 어디에 뭉쳐 있을까요.

당신이 가 버린 뒤 휘청거리는 발걸음- 아쉽고 허전해서 뒤돌아보면, 흔들리는 시선 속에 어른거리는 옛 추억의 그림자. 언제인지 나에게도 정해져 있음직한 날이 되면 나도 육체를 벗고 당신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을까요?

당신은 어디로 갔나요.

 

/반취 이기윤(李起潤) 소설가(小說家). 다인(茶人). 여행가(旅行家).

1949917일 서울 서대문구 순화동 1번지(정동 입구)에서 출생. 아호는 반취(半醉). 당호는 화인재(華仁齋). 1981년 장편소설 8(을지사) 을 발표하였으나 국군보안사의 간섭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84년 첫 시집 사랑스런 내일을 위하여(지문사) 를 발표하였고, 84년 소설 삼등도시인을 주간 리빙뉴스에 연재, 87년 장편소설 잔인한 여름(한국양서) 등을 상재하였다. 88년 중편소설 살아있는 로 문학과 의식 제2회 소설 신인상을 받았다. 이 후 모퉁이 찻집에서 일어난 일』 『꿈속의 혁명』 『만 서른 살의 이야기』 『금강산 관광등의 중 단편을 발표하였고 제일경제신문에 협업시대2년 반 동안 연재하였다. 97년 장편소설 군인의 딸로 제3회 민족문학상을 받았고, 2001년에는 장편소설 영혼의 춤으로 제27회 한국소설문학상을, 2002년에는 하늘을 나는 보트로 기업문학상을 받았다. 한편에서 골프 칼럼도 10년 여 모던골프 월간골프 물류신문 등에 연재하였고 유머로 정복하는 골프(2011.위드스토리)를 상재하기도 했는데 201112, 골프칼럼니스트들이 주는 올해의 칼럼니스트 대상을 받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